2007년 08월 10일
DCM에 소개된 박경일 작가 포르노 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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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을 땐 밥을 먹어야죠.” 인터뷰를 위해 그를 두 번째 만났을 때였다. 사실 첫만남은 그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슬쩍 엿보는 데 그쳤기 때문에 기자는 여전히 그를 잘 모르는 상태였다. 12:30분쯤 스튜디오를 찾아 그가 유난히도 좋아한다는 갓 구워낸 블랙커피를 나눠 마시며 워밍업을하듯 간단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대화가 리듬을타면서 흥이 날 무렵 시계를 보니 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뱃속시계가 신호를 보내기 전에“어떻게 할까요, 식사하시면서 이야기 더 할까요?”슬쩍 물었더니 인터뷰하면서 밥 먹으면 그 밥맛이 어디로 가겠느냐며 작은 웃음으로 받는다.‘ 저는 괜찮은데, 출출하세요?’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이는 일조차 없었다. 왜 만났는지 이유가 빤한데, 선수끼리 굳이 이도 저도 아닌 걸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눈치였다. 시쳇말로 분위기 파악이 빠른 사람. 좀 고리타분한 표현이지만‘한국 최고의 패션 사진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박경일의 첫인상이 그랬다. 3시간동안 이어진 인터뷰 때도, 일주일 뒤 다시 작업현장을찾았을 때도 그는 첫인상 그대로였다. 말하자면 그는 분명한 사람이다. |
박경일의 컨셉 보고 싶으면 보라! “내 사진이 싫다는 사람들의 사정까지 내가 왜 들어야 하죠? 이게내 스타일이니 좋아하려면 좋아하고 아니면 말라는 거죠.” 상업적인 선택이든 창작욕이든 그가 10년 넘게 쫓고 있는 이미지인 섹슈얼리티는 한국에서 뒷담화(?)가 많을 수밖에 없는 분야다. 더구나‘포르노 시크’라니. 하지만 그는 츄리닝 바람에 사타구니나긁으면서 할 이야기를 밥상 위에 떠억 하니 올려놓고 오히려 그 반응을 즐긴다. ‘은근히’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얼굴이 벌게져 밥상을 차버리든 반색을 하고 더 해달라고 보채든 의도는 성공한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건드리긴 했구나’하고 흥분까지 하는 눈치다.성은 그 자체로 아주 건강한 것이고 삶의 분명한 요소다. 신해철의말마따나 오히려 드러내지 않아 더 곪는 게 문제다. 박경일은 말한다. 보고 싶으면 봐라, 보기 싫으면 보지마라. 이 얼마나 명확한가. 알몸보다 섹시한 눈빛 “샌들 하나를 찍어도 섹슈얼한 어떤 것을 건지고 싶어요. 나의 섹슈얼리티는 그런 것에 있지 옷을 얼마나 많이 벗기느냐에 있지는않습니다. 오히려 누드는 싫어하는 편입니다. 어느 수위까지는 옳고 어디까지는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누드는 그냥 별로 에요. 재미가없어요. 제가 좋아하지 않는 걸 일부러 찍을 이유는 없죠.” 그는 요즘 돈 좀 된다는 모바일 화보 제의를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모두 정중하게 사양했다. 노출 수위로만 따지자면 그의 사진은로큰롤이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바일 사진은 하드코어다. 하지만 오히려 모바일 사진에는 감각적인 비트가 없다. 어깨를웅크린 채로 가슴을 두 팔로 감싸고 먼 곳을 응시하거나 부끄러운듯 턱을 당긴 채 고개를 살짝 돌려보는 것은 어줍잖게 은밀하다. 그가 추구하는 포르노 시크, 당당함에서 한참 엇나가있다. 광고를 뺀 그의 작품 사진을 보면 그 당당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가슴을 드러낸 채 침대에 널브러져 있든 남자 모델과섹스를 하는 포즈를 취하든 사진의 주인공들은 모두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그것도 강렬하게. 그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모델들에게 카메라에 시선을 집중하라고 말한다. 사진을 보는 사람이 되려뻘쭘할 정도로 강렬하게 노려보는 자신감, 그는 거기서 섹시함을읽는다. ‘변태의 제왕’을 흠모하다 박경일은 패션 사진으로 먹고 산다. 그것도 잘. 그의 포르노 시크가꽤 팔린다는 얘기다. 그는 뉴욕에서 유학했지만 그의 패션 사진은상업적인 의도가 선명한 미국보다는 실험적인 요소가 많은 유럽에가깝다. 컬러와 앵글도 미국 패션 잡지에 실리는 정형성에서 벗어나‘무언가 더 있을 것 같은’모호한 구석이 많다. 박경일의 사진이 좋아 한국에 머물면서 패션 화보 때마다 스튜디오를 찾는다는 제이슨 카터 리날디(Jason Carter Rinaldi)는“한국에서 많은 사진을 보았고, 그 중에는 좋은 작품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나를 흥분시킨 사진은 별로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좋아하기도 하는 유교적 관념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과감히 깨뜨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포즈를 취하든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박경일의 사진은 매우 창조적이다. 그의 사진은 다른한국인이 갇혀 있는 관념이라는 상자 바깥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도 포르노시크라는 영역이 실재한다는 명백한 증거다. 헬무트 뉴턴(HelmutNewton)이나 테리 리처드슨(Terry Richardson), 스티브 히트(Steve Hiett), 비누 마타탱(Vinoodh Matadin) 등 외국에서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패션 작가들이 제각각 독창적인포르노 시크 스타일을 현실로 당겨온 것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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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일이 사진을 시작하기 전부터 좋아했고, 여전히 많은 자극을 받는 헬무트 뉴턴은 악동 같은 거장 예술가였다. 이 사진가의 주제는늘 섹슈얼리티다. 뉴튼은 여자의 스타킹, 속옷, 립스틱, 다리, 하이힐에 집착했다.‘ 변태의 제왕’으로도 불렸던 헬무트 뉴튼은 그가 더러운 단어라며 코웃음을 치던‘예술’이라는 반석에 그의 이름을 새겼다. 옷은 현실이지만 패션은 환상이다 박경일 역시 자기 사진이 예술적인 대접을 받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어릴 적 외국잡지 속의 젖통 큰 금발 모델들에게서 묘한 환상을 경험했다. 카메라를 쥔 뒤로 그 환상과 대면하고 싶은 욕망이더 커졌다.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행 비행기를 탔고, 아직도 그 환상을 잡아 현실에 끌어다 놓고 싶어 한다. 일상에서, 규율에서, 통제에서, 정욕에서 한 번쯤 삐딱선을 타는 희열을 누려보자는것이다. 그가 외국인 모델과 작업하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라면서 봐왔던 검은 머리 검은 눈의 여자들은 현실이고,금발과 파란 눈의 기이한 얼굴은 환상인 셈이다. 튀려고, 있어 보이고자 외국 모델을 쓰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찍고 싶기 때문이다. “패션은 옷이 아닙니다. 옷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다 입고 찍을 필요가 없습니다. 손톱에 매니큐어만 발라도, 가슴에 리본만 달고 있어도 패션은 완성됩니다. 패션 잡지의 커버라면 더욱 그래야죠. 현실이 아니므로 다 갖출 필요가 없는 거죠.” 그가 생각하는 패션 사진 촬영은 환상에 다가서는 작업이다. 다른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다. 그의 사진은 프리섹스를 주장하지도 않고, 비뚤어진 성을 풍자하지도 않는다. 아무 메시지가없다. 왜 포르노 시크하게 찍느냐고 묻는다면 그의 대답은 빤하다. 좋아서다. 좋아하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싼티’안내고 돈까지 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박경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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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일의 도구 필요하지 않으면 거들떠도 안본다 유난히 북적거리는 스탭을 빼고 나면 박경일의 스튜디오는 패션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스튜디오 치고는 조금 휑할 정도로 소박하다. 스웨덴에서 만든 프로포토(Profoto)조명 한 쌍에 흰 벽, 리터치를 위한 PC 한대가 전부다. 컴퓨터와 배경 세트, 소품을넣는 창고가 따로 있나 둘러봐도 다른 문이보이지 않는다. 바디는 대여섯 대, 렌즈는스무 개쯤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완전히 엇나갔다. 장식용으로라도 있을 법한 중형 카메라 한 대 없다. 솔직히 월간 DCM은DSLR 중에서도 하드웨어 이야기를 많이하는 잡지라 이참에 이것저것 기자재를 잔뜩 소개할 계획도 갖고 있는데 슬쩍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카메라나 렌즈 자랑보다 훨씬 값진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는 가격대비 성능”이라는 것이다. 벤츠로 택시 영업하면 바보? “돈 받고 사진 찍는 사람이니까 효율을 따져야죠. 소나타로 영업용 택시를 하다가 그랜저로 바꾸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죠. 손님을 좀더 편하게 모셔서 더 많은 손님을 끌면 되는 거죠. 하지만 벤츠로 영업을 한다고 쳐보세요. 그건 미쳤거나 빅 이벤트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지금 쓰는 EOS 1DsMark II로는 어딘가 모자라다면 모를까,그는 당분간 업그레이드 계획이 없다. 오히려 주위에서‘형이라면 페이즈원(PhaseOne) 디지털백 정도는 써줘야 폼이 사는거 아니냐’고 하지만 꼭 그것을 써야 할 이유가 없으니 욕심이 나지 않는다. 카메라제조사에서 협찬이라며 새 카메라를 갖다줘도 괜한 일로 얽힐까봐 되돌려 보낸다. 렌즈도 마찬가지다. 그는 50mm 단초점 렌즈만 쓴다. 야외 촬영으로 돈 버는 것도 아니고, 스튜디오에서 연출된 컷만 찍는 사람이 망원이니 광각이 다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뛰는 컷이 필요할 때도 다 만듭니다. 머리나 옷을 끈으로 묶어서 연출하는 거지요. 그러니 셔터 속도니 줌이니 하는 게 필요가없지요. 메이커별 기종별로 바디와 렌즈를사모아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이 수집가라면 말이죠. 차 모으는 게 낙인사람이 벤츠에 페라리까지 가지고 있다고누가 손가락질 하나요. 하지만 프로라면, 영업용 택시라면 필요한 것이 뭔지 알고 그것으로 본전 이상을 뽑아야죠.” 줌 렌즈는 악마의 발명품 카메라를 모으는 데는 취미가 없으니 필요하면 사고 필요 없을 때는 팔아버리면 그만이다. 이런 경제적인 논리 말고도 그가 줌렌즈를 가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사진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줌 렌즈는 악마의 발명품’이라고 한다. 사진은 나와대상의 교감을 담는 것인데 줌을 쓰면 제자리만 지키게 되기 때문이다. 대상을 알고 싶고 대화하고 싶으면 몸이 다가가고, 멀찍이있고 싶으면 몸이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줌을 쓰면 렌즈만 바쁠 뿐 정작 대상을 느끼고포착해야할 사람은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그는 영화 시상식장이나 스포츠 현장 등꼭 필요한 데가 아니면 단초점 렌즈를 쓸 것을 권한다. 카메라의 매커니즘에 빠지지 말고 그 대상을 먼저 보라는 것이다. 카메라와 렌즈에는 다소 짠 듯하지만 리터치에는 아주 관대하다. 배경을 통째로 바꾸기도 하고 모델을 복사해서 여러 곳에 늘어놓기도 한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필름 인화한 여러 사진을 찢어서 다시 붙이거나 약품으로 여러 효과를 내는 것을 디지털 작업에서는 프로그램메뉴로 리터치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실제로그는 대학에서 리터칭 강의도 할 만큼 포토샵을 잘 다룬다. 그렇다고 그만의 현란한 테크닉이나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초점렌즈를 쓰듯 포토샵도 기본적인 메뉴를 알차게 써먹는 게 최고다. 그가 늘‘옷을 입는 진짜옷’이라고 강조하는 피부 보정 할 때는 이미 만들어진 필터나 블러 등을 일괄적으로적용하는 것보다 도장 툴로 구석구석 섬세하게 리터치 한다. 렌즈나 포토샵이나 그에겐좋은 도구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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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일의 일 밥상은 같이 차려야 제맛 그에게도‘찍사’시절이 있었다. 유학에서돌아와 프리랜서로 뛸 때 그랬고, 그나마도그만두고 화장실도 없는 충무로 5층 옥탑방에 월세로 스튜디오를 차렸을 때도 그랬다. 무더운 여름, 벽돌 카탈로그를 찍기 위해 그것을 짊어지고 5층 계단을 오르내리는‘노가다’도 했고, 수십 개나 되는 문고리를 늘어놓고 복사 뜨듯 반복적으로 셔터를 누르던 때도 있었다. 이런 기억은 성공한 연예인들이 TV에 나와‘그땐 그랬지’하며 웃음을나누는 토크쇼에 딱 어울릴 얘기다. 연예인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그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중 하나는 바로 패션 사진가로 막 뜨기 시작할 때 몇몇 연예인들과작업했던 것이다. 어찌나 울화통이 터졌는지 지금도 광고 사진이 아니면 연예인 모델은 무조건 노우! 다. 가장 기본인‘자세’가되어있지않아서다. 연예인이 모델이 될 수 없는 까닭 피곤한 스탭들을 밤새 기다리게 해놓고는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밥부터 먹고 하자고 하질 않나, 그러고선 바쁘니까 20분만 하자고 하질 않나, 포즈를 어떻게 잡으면 되냐는 질문을 사진가가 아니라 매니저에게 묻기까지 했다. 가리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어깨가 보여선 안 된다는 둥 가슴이 강조되어선 안 된다는 둥 기가 찼지만 그렇게 안된다는 이야기마저 제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매니저가 알아서 기는 걸 보고 학을 떼었다. 적어도 촬영 컨셉 정도는 알고 와야 하는것아닌가. 이것저것 볼썽사나운 꼴이 아니더라도 연예인 모델은 그와는 여러 가지로 맞지가 않다. 헤어, 코디, 메이크업까지 그가 손댈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뿐더러, 그들의 요구처럼예쁘게 나오는 것은 박경일의 사진이 아니다. 표정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라면 찍는 재미가 더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도 그의 대답은똑같다. “전지현을 찍는다고 칩시다. 그건 누가 어떻게 찍든 전지현 사진이 되는 거죠. 찍는 쪽에서도 그렇고 보는 쪽에서도 그래요. 와! 전지현이다. 이걸로 끝이에요. 뭘 더 바라겠어요?” 그는 작품을 찍을 때 모델과 헤어, 메이크업 그리고 자신과의 4박자를 중요시한다. 헤어와 메이커업 담당과 동행하는 연예인촬영은 그가 개입할 여지도 적고 그래서 재미도 덜하다. 작품 사진이 나올 리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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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작품의 컨셉을 잘 이해하고 충실하게따라주는 모델을 찾는다. 가슴을 노출할 수있는 모델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벗을 수도있는‘자세’가 된 모델을 좋아한다. ‘가슴은 안 돼요’라는 모델보다‘채식주의자에동물애호가라서 가죽 옷은 안 돼요’라고 말하는 모델이 좋다. 이것이 그가 주로 외국 모델과 작업하는 두 번째 이유다. 스케치, 사진을 미리 찍다 그는 사진을 빨리 찍는 편에 속한다. 모델이촬영 준비를 마치면 대여섯 컷 찍고는 오케이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뭔가 속은 느낌이 들 만큼 빨리 찍는 데는 그의 말대로“찍어봤자 더 안 나오고 모델도 스탭도 지칠 뿐”일 수도 있지만, 비결은 사전 준비를 꼼꼼하게 하기 때문이다. 패션 잡지에서 그에게 주는 제안은 지나칠정도로 심플하다. ‘봄인데 조금 시크하게’정도가 전부다. 그만큼 그를 믿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시안이랄 수도 없는 제안만으로그는 아이디어를 스케치 한다. 영화로 치면스토리보드를 짜는 것이다. 이 스케치북을들고 모델, 헤어, 메이크업 등 스탭과 의견을충분히 나눈 다음 진행하기 때문에 사진도거의 스케치대로 나온다. 이렇게도 한번 가자, 저렇게도 한번 가자고 갈팡질팡하질 않으니 모두가 편안하게 즐기듯 일한다. 메이크업을 아는 남자 패션 화보 촬영이 있던 날, 눈동냥을 할 겸스튜디오를 찾았더니 10여 명 남짓한 스탭들이 둘러앉아 프라이드 치킨에 맥주를 마시고있었다. 분위기가 꼭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 같다. 그 틈에 껴서 메이크업 담당자에게 편하게 가는 것은 좋은데 스케치대로만 요구하면 헤어나 메이크업은 아이디어를발휘할 기회가 적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요구하는 게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포토그래퍼와 다른 점입니다. 하고 싶은 헤어와 메이크업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뜻이죠. 편하기는 주문도 없고, 좋다 싫다는반응도 없는 포토그래퍼와 작업하는 게 훨씬편하죠. 하지만 작품을 함께 만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재미가 없어요. 사진에서 메이크업이 빛을 발할 때 자부심을 느끼는데, 박경일 실장님은 그런 자부심을 채워주시죠.” 메이크업을 맡은 박태윤 실장은 우리나라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작품으로 볼 줄 아는사진작가는 다섯 손가락 안이라고 한다. 박경일은 피부 톤을 중요하게 여긴다. 옷 없는 패션 사진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근거도피부에 있다. 그는 옷을 입고 있는 진짜 옷이피부라고 말한다. 프로라면 촬영 전에 컨셉에 맞는 피부 톤을 생각하고 그것에 맞는 메이크업을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태윤 실장은 조명과의 리터치까지 고려한 박경일의 이런 요구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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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재자로서의 박경일의 재주도 추켜세웠다. 광고 사진은 대행사나광고주 요구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이럴 때 박태윤 실장이 생각하는 컨셉을 광고주에게 전해 사진에 반영되게 한 사례가 적지않다는것이다. 모델에이전시에서 온 배영민 실장도 한몫 거든다. “패션 화보도 그렇지만 광고 사진은 광고주들까지 몰려 전쟁터가됩니다. 포토그래퍼가 중심을 잡고 현장을 지휘하지 많으면 사진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버릴 때가 많습니다. 목청이 커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조율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게 안 되면 모델은 모델대로, 메이크업은 메이크업대로, 광고주는 또 광고주대로 목소리를내기 시작하고 컷이 많아지면서 시간만 잡아먹게 됩니다. 작품이스케치와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는 건 그만큼 손발이 잘 맞는다는뜻이죠. 그런 점에서 박작가님은 탁월한 지휘관입니다.” 헤어와 메이크업에 조명까지, 촬영준비가 다 된 뒤라야 스튜디오에 나오는 사진가도 적지 않다. 준비하는 데만도 2시간이 족히 드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박경일은 다르다. 이런저런 농담도 섞어가며 스탭들과 호흡을 맞춘다. 촬영 후 다른 컨셉으로 준비하는동안에도 그는 스튜디오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정 바빠 책상에앉아 다른 일을 보더라도 스탭과 한 공간에 머문다. 한배를 타고가는 이유를 잘 알기 때문이다. 박경일의 기준에선‘잘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들었을 뿐’인 사진가는 영화 시상식장으로 가거나‘찍사’라는 비아냥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 by | 2007/08/10 14:52 | 트랙백 | 덧글(0)



























































































